제조업 현장에서 AI 도입은 더 이상 실험적인 시도가 아닙니다. 국내 기업들도 불량률 감소, 공정 자동화, 설비 유지보수 효율화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AI 도입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하면, 이런 고민이 생깁니다.
“다른 제조 기업들은 실제로 어디에 AI를 적용하고 있을까?”
“어떤 목적으로 AI를 도입했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제조업 AI 도입 데이터로 살펴본 트렌드와 주요 국내외 제조 기업들의 대표 AI 활용 사례를 함께 살펴보며, 지금 제조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영역과 그 효과를 입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AI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현재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 목차

위시켓에 2024년 2분기부터 2025년 2분기까지 의뢰된 '제조업 AI 도입 프로젝트'를 분석해봤습니다. 위시켓 데이터에 따르면, 제조업 기업이 가장 많이 도입하는 AI는 공정 이상 탐지 및 품질 검사 자동화(61%)로 나타났습니다.
뒤를 이어 예측 및 분석(17%) 모델 구축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이처럼 제조업 기업은 생산 라인이나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결함을 예측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직 비중은 적지만, 건설·산업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작성되는 대량 문서를 처리하는 업무 프로세스에도 AI 자동화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 현장에서 관리자와 작업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챗봇과 관리 인터페이스형 AI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플랜트 전문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설비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예측 진단 AI’와 용접 품질을 자동으로 판독하는 ‘비파괴 검사 AI’를 도입해 품질과 안전성 모두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의 복잡성과 높은 품질 기준 때문에 모든 웨이퍼를 실시간으로 검사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수천 장의 웨이퍼 중 극히 일부만 정밀 계측 장비로 검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대부분의 공정은 ‘정상일 것’이라는 가정 아래 운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온도 변화, 장비 진동, 작업 교대 직후 반복되는 이상 신호와 같은 변수는 사람이 전부 포착하기 어려웠고, 이는 공정 변동성과 수율 저하로 이어지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전수 데이터 기반의 예측·분석 AI를 도입했습니다. AI는 웨이퍼의 공정 조건, 장비 이력, 센서값 등 수천 개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품질을 미리 예측하고, 이상 패턴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기능합니다.
특히 머신러닝 모델이 온도 0.3도 변화나 장비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감지하면서, 기존 검사 방식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공정 변동성을 약 29% 감소시키는 성과를 냈으며, 이는 수천 개의 추가 완성 칩 확보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수율 개선과 재무적 효과까지 만들어냈습니다.
LG화학은 계약 검토 과정에서 반복되는 문구 확인과 규정 비교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계약검토 솔루션을 도입했습니다.
이 AI는 표준 계약 양식과 사내 주요 원칙을 자동으로 학습해 문서 내 위험 요소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필요할 경우 대체 문구까지 제안해 업무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 결과 단일 계약을 검토하는 데 걸리던 시간을 기존 대비 최대 30%까지 단축하며, 제조현장 외 업무에서도 AI가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을 만들 수 있다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쇳물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슬래그를 안정적으로 제거하는 공정이 숙련자의 경험에 크게 의존해 있어, 작업자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편차 문제와 품질 안정성 저하라는 한계를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고온·고압 환경에서 작업자가 직접 눈으로 상태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는 안전 리스크까지 동반해, 공정 효율성과 품질 표준화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는 영상 인식 기반의 AI 조업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쇳물의 상태와 슬래그 위치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조업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제어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AI는 녹은 쇳물의 표면 영상과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적정한 슬래그 제거 시점을 제안하고, 작업자가 놓칠 수 있는 미세 패턴까지 식별해 공정 품질의 일관성을 높였습니다. 그 결과 포스코는 쇳물 예비처리 공정의 100% 자동화를 달성하며 조업 시간을 약 3% 단축, 제품 실수율은 약 2% 개선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AI를 제조업에 도입할 때는 몇 가지 중요한 리스크와 한계를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제조업 AI의 성패는 모델이 얼마나 정교한가보다, 현장의 조건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설비 속도, 조명 밝기, 센서 위치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 하나가 AI의 인식률과 판단 정확도를 크게 바꿉니다.
이 때문에 제조 AI는 데이터를 주고 모델을 만드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설비 특성·작업 환경·제어 로직까지 포함한 전체 시스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즉, 제조업에서는 AI 모델이 아닌 AI가 작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조업은 단 한 번의 오류도 큰 품질 문제나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AI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습니다. 또한 공정에는 생산·품질·설비·안전 등 여러 조직이 관여하기 때문에 AI 도입 시 각 부서의 요구조건과 우려를 모두 조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제조업에서는 즉시 효과가 보이지 않으면 도입이 지연되기 쉽고, 실제 운영 반영 전까지 훨씬 더 많은 검증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국 제조 AI는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조직적 합의와 운영 리스크 관리가 함께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제조 현장은 위험하거나 반복 실험이 어려운 환경이 많아 실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제조기업이 시뮬레이션 기반 가상 엔지니어링을 활용해 센서 위치나 조도 조건 등을 미리 검증하고, 실제로 얻기 힘든 극단적 상황 데이터를 가상으로 생성해 모델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제조업처럼 보수적이고 정확도가 중요한 산업에서 AI 적용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전략입니다.
국내 제조업의 AI 활용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조 공정 특성상 높은 정확도 기준과 복잡한 운영 환경이 요구되기 때문에, 신중한 설계와 충분한 검증이 필수적입니다. 결국 제조업에서 AI의 성공 여부는 모델 성능보다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도록 설계했는가’가 더 큰 차이를 만듭니다.
앞으로 제조업 AI는 더 많은 공정과 업무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은 기술 트렌드뿐 아니라 어떤 방식이 실제로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요소들이 실패를 만드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분석이 이러한 고민을 가진 기업들에게 제조업 AI 도입의 방향을 가늠하는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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