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의미, 사용자 경험 (上)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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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의 환경을 ‘코시국’이라 부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말만 익숙할 뿐, 일하는 방식은 물론 돈을 쓰는 패턴까지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분명한 건 많은 이들이 일하는 장소가 달라졌고 해외여행에 큰 제약이 생기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럽게 집에서 하는 활동도 늘었습니다.

공간이 함축하는 경험 속성

공간은 사용자 경험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공간은 의, 식, 주로 대표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중추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죠. 역사를 거치면서 비를 피하던 동굴은 현대식 건물을 거쳐 비일상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호텔 객실로 이어졌습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테크기업들이 결국 기업 철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또한 통합 신사옥입니다. 가깝게는 현재진행형 네이버의 그린팩토리, 한국의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아모레퍼시픽의 용산 신사옥이, 멀리는 구글 마운틴뷰(Mountainview) 신사옥과 스티브 잡스의 유작이라 불리는 애플 신사옥 ‘애플 파크’까지. 기업을 세운 창업자의 철학이 들어가고 기업 고유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무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만든 ‘작은 세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한국의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하여 복잡한 도심에서 고요함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공간

보내는 시간과 머무는 공간의 관계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평균 95%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데 그중 90%는 실내공간에서, 5%는 이동 수단에 소비하고 있습니다. 코시국은 창업자의 철학이 신사옥에 반영되는 것과 유사하게 개인 차원의 작은 세계를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가 발생해서 부득이하게 사옥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택근무는 불가피했고, 그렇게 2020년에 시작한 새로운 일 방식은 2021년에 공식적인 근로 제도로 정착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경험을 분리하는 가장 일차원적인 방식이 공간의 분리입니다. 번아웃 등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대인들의 정서적 문제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근로자의 안정과 심리적 회복을 위해서는 적절한 공간 분리, 정서적 회복을 지원하는 실내조경 등 환경적 요인이 적극적으로 공간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라는 심리학 연구 결과들도 부각되고 있죠.

statista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후 재택근무를 포함해 원격근무를 제도화하려는 기업 비중이 약 10.6% 증가했습니다. 트위터(Twitter)와 스퀘어(Square)는 무기한 재택근무를 발표했습니다. ©statista

좋은 공간은 개인에게 일상적 행복감을 주고 삶의 에너지를 충분하게 자각하는데 핵심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코시국 이후 재택근무 패턴은 일터와 집의 경계를 허물었죠. 내가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하기 전까지 혹은 일을 마치고 난 후에 머물던 공간이 이제 일을 하기에도 적절한 기능을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재택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홈 오피스(Home Office)에 필요한 노트북, 모니터 등을 구매했고 업무용 공간과 휴식용 공간을 구분하는 공간의 재구성을 하고 있죠. 신세계백화점 발표에 따르면 2020년 허먼밀러, USM 등 프리미엄 오피스 가구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게 된 건 누구나 처음입니다. 멋진 공간에 머물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집에서 일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지게 되고 일을 하는 공간을 효율성, 심미성 측면에서 꾸미고 재구성하면 스스로 일이 잘 된다고 느끼게 됩니다.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게 즉각적인 효용으로 나타나면서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작게는 잠에서 깨서 침대를 정리하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아주 짧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밤에 잠자리에 들 때 잘 정리된 침대에 몸을 뉘는 것과 이불이 널브러진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공간이 바뀌면 경험이 달라지고, 경험이 달라지면 감정이 전환됩니다. 집, 사무실, 호텔 모두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며 사용자 경험을 감정으로 형성하는 것이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비즈니스 속성이었습니다. 호텔이 주던 전통적 가치 ‘접객’과 ‘비일상감’은 코시국으로 전혀 다른 문법에 맞지 않으니 ‘일에 가장 몰입할 수 있는 투숙 프로그램’을 내놓는 상황입니다. 서울 내 4개 지점을 보유한 글래드 호텔은 ‘재택근무를 하기에 좋은 공간’으로 호텔 객실을 재구성하고 기존과 다른 시간대에 호텔에 투숙하는 워크케이션(workcation)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워크케이션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재택근무 패키지로 일과 여가 상품을 결합하여 출근 시간인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체크인을 하고 퇴근시간인 7시 전후에 체크아웃을 하는 상품입니다. 출퇴근 스테이 가격은 약 8만 원 선인데 3만 원을 추가하면 투숙 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죠.
공간의 구획은 기능의 분리와 맞닿아 있고 결국 사용자 경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과 여가의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업종을 불문하고 홈 오피스, 홈 트레이닝, 밀키트(meal kit) 그리고 워크케이션까지 다양한 형태로 사용자 경험을 분리하려는 시도는 계속 나타날 거예요. 다음 편에서는 공간을 구획해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를 통해 공간과 사용자 경험 사이의 관계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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