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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원년부터 약 4년간 스타트업에 몸을 담고 있고, 최근 1년여간은 제가 ‘스타트업 창업’한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로 이루어진 소규모 팀이고, 5개월간 힘을 모아 MVP를 만들었습니다. 개발 과정에 있어 실수도 많이 하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저희 팀은 MVP를 만들면서 해선 안 되는 일들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감정적 판단에 밀려 여러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물론 저도 아직 많이 배워야 하는 입장이지만 제가 ‘스타트업 창업’을 하며 얻은 위와 같은 교훈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1. 여러분의 상황은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본인이 당면한 상황이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스타트업이 아주 전형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게 될 수 있습니다.

관련한 저희의 스타트업 창업 과정 사례를 공유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아래와 같은 첫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전형적인 실수들을 저질렀습니다.



• 아이디어를 검증하지 않고, 시장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로 프로덕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저희 팀과 투자자 외에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고, 수만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건 긴 이야기니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 경쟁사들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여러 기능이 덕지덕지 붙은 스위스 나이프 같은 프로덕트를 만들었습니다. 정작 고객이 직면한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했죠.

저희는 ‘스타트업 창업’한 사람들이 흔히 위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들과 다르게 저희는 성공해낼 수 있다고 오만하게 생각했습니다.

또, 투자자들에게 저희 팀이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고 그럴싸한 프로덕트를 만들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에 밀어붙이는 결정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상황은 파이썬 기본 철학을 어겨도 될 만큼 특별하지 않습니다.

2. 코드를 테스트하세요

여러분이 가능한 빠르게 코드를 배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테스트할 시간도 아깝다고 느끼겠죠. 네, 코드 베이스가 자주 바뀌지 않는다면 빠르게 개발하고 배포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보통 스타트업은 자주 피봇 하지 않나요? 그러면 피봇을 할 때 코드 베이스를 대대적으로 수정하지 않나요?

코드를 테스트하면서 개발하면 더 자신 있게 코드를 리팩터링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깔끔 해진 코드는 아주 일반적인 상황에서 오류를 내는 상황이 적어지게 될 겁니다. 그럼 여러분의 스트레스도 줄고 수면 시간도 더 챙길 수 있겠죠.

3. 동업자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창업’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면 동업자와 꼭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한 사람과 함께 공동 창업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공동 창업은 가장 힘든 시기를 파트너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는 면에서 결혼과 비슷합니다. 여러분은 사귀어보지도 않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는 않으시겠죠. 그럼 어떤 동업자를 찾아야 할까요?



•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공동 창업자를 믿지 않으면 그들도 여러분을 믿지 않습니다.

•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공동 창업자와 협의하는 건 굉장히 소모적인 일입니다.

• 똑똑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더 훌륭합니다.

• 함께 어울리고 싶은 사람이면 좋습니다.

업무상 관계도 결국엔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건전한 관계라도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기억하는 게 좋겠습니다.

4.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 마세요

반드시 여러분의 스타트업이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작도 하지 마세요. 냉정하게 말해서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스스로가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시장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실패하는 게 스타트업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프로덕트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는 시도만 하다가 실패해서 사업을 접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만약 창업자가 사업을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항상 최소의 리스크만 가져가는 방향을 찾아서 사업을 전개할 겁니다. 그리고 리스크를 전혀 감수하지 않는 스타트업을 성공시키기는 훨씬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이 원금 보전을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하지는 않으니까요.

5. 작게 시작하세요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는 재밌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 MSA 방식으로 개발할 필요 없습니다. 하나의 코드 베이스로 쉽고 빠르게 시작해 보세요.
• ElasticSearch가 아니라 Postgres로 전문 검색을 처리해도 됩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버 스펙인 기술을 사용할 필요 없이 사용하기 쉬운 걸로 해보면 됩니다.

마냥 사용하기 쉬운 솔루션을 높은 우선순위로 선택하라는 건 아닙니다만, 초기 스타트업은 굳이 복잡한 솔루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고객의 요구사항을 분석하는 데 리소스를 쏟는 게 낫습니다.

6. 채용은 어렵습니다

저는 스타트업 창업 전에는 채용 관련 일을 전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창업 후에는 대기업들과 우수한 인재 영입을 위해 경쟁하는 어려운 일을 하게 되었죠.

스타트업에게 우수 인재 채용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일을 거들어줄 사람이 절실할 때에도 기업 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많은 입사 지원자를 탈락시켰습니다. 이력서가 화려하다고 저희 스타트업에 맞지도 않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내린 이 선택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인력 관리를 조금 하다 보니 제 직감이 나쁘지 않더군요.

7. 사람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팀원들을 관리하다 보니 사람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자연스레 배웠습니다. 여러분이 아는 누군가가 작년에 게으름뱅이였다면 올해나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저 상황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들은 그냥 그런 사람이고 여러분이 노력한들 바뀌지 않습니다.

8. 클라우드는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한 클라우드 서비스부터 사용해 보세요. 몇 번 하다 보면 금방 사용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저는 깊은 클라우드 지식 없이 AWS EC2만 조금 아는 상태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불과 두세 달 만에 10개도 넘는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니지드 서비스(managed services)와 오토 스케일링 솔루션들을 마스터하게 되면 많은 자잘한 일들에 리소스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9. 모든 걸 기록하세요

스타트업은 하루에도 수많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 결정들을 배경, 문맥과 함께 기록해두세요 (특히 아키텍트 관련 결정들은 더 신경 써서 기록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환경에서 여러분은 매일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합니다. 오늘의 자신이 내린 결정을 미래에 성정한 자신이 돌아봤을 때 어리석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잘 기록해두세요. 사람의 기억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B, C, D가 아닌 A를 선택한 이유를 금방 잊어버립니다.

10.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일을 완벽하게 끝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세요. 지금은 프로덕트를 가까운 미래에 문제없이 작동하는 정도로만 만들어 두고 다른 중요한 일로 넘어가세요. 지금 작성해둔 깔끔하게 최적화된 코드를 다음 주에는 삭제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1. 일은 정확하게 처리하세요

바로 이전 포인트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말입니다. 엣지 케이스를 100% 커버하는 완벽한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고 90%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당장 내일모레 리팩터링 해야 할 만큼 낮은 수준의 코드를 작성하면 안 되고, 확장 가능한 내구성 있는 코드를 작성해야 합니다.

지금 일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다면, 나중에 고칠 시간은 있나요? – John Wooden

결국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련과 실패, 혹독한 경험을 이겨내야 합니다. 저에게 스타트업 창업 경험은 아찔했던 실수들을 만회해서 성과로 만들어내야 하는 끝없는 도전을 가져다준 선물입니다. 뼈아픈 실수를 조금 덜 했으면 좋았겠지만, 많은 교훈을 배운 수강료를 냈다고 생각해야겠죠.

그럼 부족한 제 글을 재밌게 읽고 교훈을 얻었기를 바라면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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