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표 정말 필요한가

2013.07.04

|

1655

[시사인]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표 정말 필요한가

 

 

IT인들이 가장 의아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시급히 개선을 요구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기술자 노임 단가라는 요상한 표가 그것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의 임금 수준을 조사한 후 통계치에 기반해 제시하는 기준이다. 이 표는 매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의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www.sw.or.kr)가 공표한다. 현재 2012년 기준이 게시돼 있는데 월평균 일하는 날이 21.4일이고 산업기사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7년 이상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하루 20만7710원을 받는다는 식이다. 즉 이 사람은 월 444만원 정도를 번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법인 부담금이나 수당까지 모두 포함됐으니 실제로 이 사람은 70% 정도를 급여로 가져간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자료</font></div>소프트웨어 인력 공급은 늘 부족하다. 한 포털 사이트의 회의 모습.  
ⓒ시사IN 자료
소프트웨어 인력 공급은 늘 부족하다. 한 포털 사이트의 회의 모습.

특수한 상황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산업계 연봉 평균을 매번 통계로 들이미는 언론의 행태도 이해가 안 되지만, 특정 산업계의 평균을 정해서 가이드라인을 주는 정부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이 법의 취지는 무한 경쟁 시대에 하청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단가 후려치기 같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기준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육체노동의 시절 건설노동자와 기술자들에게 적용되었던 노임단가표가 첨단의 사고력과 창조력을 무기로 내세워야 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필요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실제 업계에서 이 노임단가표는 수주하는 ‘갑’에게만 유리한 쪽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물량을 중간의 IT 대기업들이 싹쓸이하면서 시장가보다 낮게 형성된 평균 노임으로 수주해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게 하는 흐름의 첫 번째 기준표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 불공정 사례나 바로잡아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05년 11만1000명이었던 소프트웨어 산업 인력은 2008년 13만9000명, 2009년 15만20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9만7000명으로 급증했다고 조사됐다. 하지만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 충원 비율은 몇 년째 7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상식적인 소프트웨어 다단계 하청 구조에 의해 개발자들이 기업 안에 머물기를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의 창업 붐에 기술을 가진 인력들은 기업에 소속되기보다 프리랜서를 희망한다. 그렇다면 산업계는 이런 소프트웨어 인력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미국의 프리랜서를 위한 일자리 오픈 마켓인 오데스크(www.odesk.com)에는 매일 수만 개 일자리 요청이 들어오고, 이를 보고 수만 명이 지원한다. 일은 결과물에 단가가 매겨지는 방식과 시간당 단가가 매겨지는 방식 등 두 가지가 있고, 계약 기간은 하루에서 1년까지 다양하다. 고용주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프리랜서를 구할 수 있고 필리핀·인도 등의 높은 기술력을 갖춘 전문 인력들은 고용주들의 일거리를 받아 바로바로 일을 처리하고 임금을 받는다. 우리나라 기술자들도 일부 일하는데, 이들은 연 4000만~5000만원의 수익을 얻으면서 여유롭게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개발자들의 실력은 어떻게 ‘측정’할까. 톱코더(www.topcoder.com)라는 개발 수준 평가 사이트도 객관적인 평가 방식으로 인정받는다. 학력이나 경력 또는 수년 전 따낸 자격증만으로 평가하는 우리나라 노임 단가 산정 방식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도 개발자와 디자이너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위시켓(wishket.com)이나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해 디자이너들의 시안을 받아보고 수상자를 결정한 후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라우드소싱(www.loud.kr)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시장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은 민간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정부는 민간의 일하는 방식과 급여를 손쉽게 가이드하려 하기보다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불공정 사례에 대한 시정 조치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따위 시장 감시 기능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본 URL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6731

 

 

 

 

앱 개발 비용 궁금하세요?
위시켓이 바로 알려드릴게요!

다음 글

위시켓 블로그의 새로운 소식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