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의 기억에 오래 남는 디자인을 하는 방법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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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현재를 느끼는 방식(경험)’과 ‘미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느끼는 방식(기억)’이 완전히 다릅니다. 경험과 기억의 차이, 그리고 그들이 연관된 방식을 잘 이해한다면 더 복잡하고 세심한 경험을 창조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지속적으로 긍정적 경험을 산출하는 디자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다음 두 차트를 보며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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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차트는 두 환자가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는 동안 느낀 고통의 강도를 일분 단위로 보여줍니다. 세로축의 0점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했음을 의미하고, 10점은 극도의 고통을 느꼈음을 의미하지요.
누구나 B환자가 A환자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B환자는 A환자보다 세 배나 긴 시간동안 일정 정도의 고통을 느꼈으며, A환자가 최대치로 겪은 고통과 비슷한 강도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느꼈지요.
치료 후, A와 B 환자, 그리고 그 외의 150명의 연구 참여자들에게 그들이 겪었던 고통의 총량을 물어보았습니다. 통계 분석 결과, 놀랍게도 그들의 대답은 실제로 고통을 겪은 시간과 강도(차트 내 빨간색의 면적)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대신 환자들이 기억에 의존하여 매긴 고통량은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과 치료가 끝난 순간에 느낀 고통의 평균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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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심리학 용어로 ‘피크-엔드 효과(peak-end rule)’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특정 경험에 대해 가지는 기억은 가장 강렬한 순간(피크)과 가장 마지막 순간(엔드)의 평균에 가깝다는 법칙이지요. 이처럼 경험의 지속 시간은 기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지속 기간 경시, duration neglect).
그리고 20년간의 추가적인 연구 끝에 ‘피크-엔드 효과’는 고통스러운 경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해당 법칙은 다양한 상태에 적용되며 심지어 즐거운 경험에도 적용되지요.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 두 자아의 연관성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인간이 경험을 기억하는 방식은 쾌와 불쾌의 총량과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신, 기억은 핵심적인 몇몇 순간에만 의존하며 나머지 부분은 잊어버립니다. 경험은 하나의 흐름이지만, 기억은 ‘스크린샷의 모음’인 것이지요.
심리학자들은 경험을 ‘독백의 연속적인 흐름’ 혹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심리 상태의 흐름’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할 때, 테이프 전체를 되감기해서 흐름 전체를 재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뇌는 결정적인 순간을 찍어내고, 점차적으로 순간과 순간 사이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지워버리며, 최고점과 종점을 중요시합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개개인은 두 가지의 자아, 즉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를 가집니다. 두 자아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때로는 충돌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받아들이지요.
경험 자아는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것’에 집중합니다. 생활속에서 나타나는 순간순간의 다양한 감정들(기쁨, 지루함, 화남, 공포 등)을 느끼는 것이지요. 반면, 기억 자아는 계속해서 “내가 그래서 결국 뭘 느꼈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사후적으로 경험의 지속 시간은 잊어버리고, 최고점과 종점에만 집중하지요.

사용자 기억 디자인

우리는 웹을 통해 고객들과 만납니다. 고객들은 언제라도 브라우저를 끌 수 있지요. 고객들이 끝까지 탐색하지 않는다면, ‘종점’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순간순간의 경험에서 유저가 느낄 당혹감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유저가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사용할 수 있어, 종점을 경험하도록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하면 경험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제품을 사용하도록,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제품을 추천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 두 가지 모두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해야 하지요.
지금부터 ‘두 자아를 고려한 디자인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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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지막을 망치지 마세요

언제나 디자인의 끝을 생각하고, 그 끝이 사용자 경험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디자인의 엔딩은 사용자가 세션을 마친 후 가장 잘 기억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사용자는 경험이 끝난 이후로 한동안 웹사이트에서 멀어져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만약 제대로 디자인을 했다면, 사람들은 몇 번이고 다시 찾아오겠지요. 그렇게 되면 지나간 경험의 끝은 전체 사용 경험의 일부에 속하게 됩니다. 바로 ‘경험의 확장성(scalability of experience)’이라고 불리는 개념입니다.
물론 디자인의 ‘처음’ 또한 사용자의 인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웹 사이트의 첫 인상이 차후의 경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카너먼의 연구는 우리에게 ‘처음’만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마지막’도 중요한 것이지요. 대부분의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마지막이 훨씬 가볍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온라인 상의 경험이 좋게 마무리되는 예시

  • 기사를 다 읽고 난 후, 사용자가 해당 기사와 연관된 다른 기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 온라인 구매 시, 사용자는 회원 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비회원의 자격으로 구매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 GitHub, Gmail과 같은 웹 사이트는 실수로 입력 내용이 삭제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사용자들이 가장 꺼려하는 엔딩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해당 회사들은 사용자에게 팝업창을 통해 다시 한 번 ‘삭제를 원하는지’를 물어봅니다.

경험이 나쁘게 마무리되는 경우의 예시

  • 기사를 다 읽고 난 후,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스팸 혹은 광고 콘텐츠만을 보게 됩니다.
  • 사용자가 웹 사이트를 떠나려고 할 때, 팝업창이 뜨면서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 사용자가 새로운 앱을 다운로드 받은 후, 대충 끄적인듯한 가입 축하 메일을 받습니다.

2. 적절한 때에 속도를 늦추세요

경험을 되짚어볼 때, 사람들은 결정적인 순간만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경험이 지속된 시간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이로 인해 디자이너에게 사용자 경험의 속도를 조절할 자유가 주어집니다.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출 기회를 찾아보세요.
물론, 웹은 확실히 빠른 매체이고, 사용자들의 주의력도 시시때때로 변화합니다. 하지만 ‘저를 생각하게 만들지 마세요’ 철학을 너무 신봉해서는 안 됩니다. 사용자들이 온라인 경험을 최대한 빠르고 단순하게 격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메타 모멘트(meta moments)라고 부르는 개념을 차용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에 의식적으로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반영의 순간들’이 메타 모멘트이지요.

심리학자 Dan Ariely는 블로그에 자물쇠 수리공을 만나 그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험을 이야기 합니다.

(동영상: 자물쇠(Locks), Dan Ariely)

자물쇠 수리공은 자신의 직업에 점점 더 능숙해질수록, 점점 더 적은 팁을 받고 더 많은 불만사항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물쇠를 여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고 해서 사람들이 작업에 부여하는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였던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파악한 ‘수리공이 수리를 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의 정도’에 따라 작업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인튜이트(Intuit)의 터보박스는 당신을 대신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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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소프트웨어는 데이터를 두 번 체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이 대화상자를 보며, 터보박스가 왠지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지 않나요? 간단히 말하자면, 이 대화상자는 일종의 ‘플라시보’인 것입니다. 실제로 기능적인 목적은 전혀 지니지 않은 대화상자이지만, 대신 사용자의 경험 시간을 천천히 늘여주게 되지요. 이 경우, 업무가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 경험에 대한 기억을 강화시켜주게 됩니다.

3. 정점을 만드세요

정점은 ‘기억할 만한 아주 멋진 순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결정적인 순간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집니다. 그러한 순간들은 ‘감정의 힘’을 지닙니다.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감정적인 사건’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정점’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사소로운 문제에서까지 완벽주의를 추구하지 않는 법과 큰 그림을 보는 법을 배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몇 년 전, 사람들에게 ‘디즈니월드에 놀러갈 때 제일 싫었던 점/새로운 아이폰을 사용할 때 제일 싫었던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모두가 디즈니 월드의 대기 시간에 대해 끔찍함을 토로했고, 아이폰의 새로운 운영 체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디즈니 월드나 아이폰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열성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는 단순히 ‘짜증스럽고 성가신 부분을 발견하고 고쳐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편협한 목표이지요. 디자이너는 잘 짜여진 정점을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정점은 디자인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쾌한/부정적인 순간들’을 잊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경험 프로파일에서 두 차트는 단 한 번의 부정적인 순간 외에는 똑같습니다. 우리는 이 디자이너가 정점을 만들기 보다는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경험은 유용해지기는 했지만 단조로워졌고, 단 한 번의 예기치 못한 문제에도 취약성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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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반대로 ‘감정적으로 높은(만족스러운) 정점’을 제공하는 경험의 경우,  문제 상황에 훨씬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론에 따르면, 하나의 높은 정점이 ‘재앙과 같을 수 있는 경험’을 가뿐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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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이 잘 굴러가지만 쉽게 잊혀지는 제품과 흠이 있지만 높은 만족감을 남기는 제품의 차이점은 감정적으로 높은(만족스러운) 정점이 존재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4. 스토리 디자이너가 되세요

신데렐라 스토리의 경험 프로파일을 지도화 하면, 아래의 그래프와 정확히 같은 타입이 나타납니다. 이 그래프의 특징을 파악하셨나요? 바로 높은 정점(클라이막스)과 높은 종점(해피엔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지요. 디즈니는 수십년간 이 하나의 공식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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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매일매일 기억 속의 경험을 하나의 납득 가능한 이야기로 직조해냅니다. 경험 디자인에 스토리텔링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는 유용한 도구 중 하나는 바로 ‘경험 맵핑(Experience mapping)’입니다. 디자이너의 양적, 질적 연구를 하나로 모으고,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방법이지요.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언제 정점을 지날지, 어디서 불편함을 느낄지, 어떻게 경험이 끝날지 등을 설계합니다.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겪은 일련의 단계들은 모두 ‘데이터’와 ‘내러티브 구조’로 정리될 수 있으며, 스토리텔링에서 빌려온 요소(발단, 전개, 절정)를 통해 표현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은 상충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고 지지합니다. 데이터 분석은 ‘무엇’을 제시하며, 이야기 구조는 ‘왜’를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와 시험해볼 만한 가설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되지요.

결론

경험과 경험에 대한 기억은 관련성이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크게 다릅니다. 개개인은 두 자아, 즉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기억 자아’의 몫이지요. 기억은 경험의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가장 마지막 순간에 비중을 싣는 방식으로 스냅샷을 찍어 모아둡니다. 경험을 위한 디자인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우리는 기억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엔딩’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사용자가 경험의 마지막 순간에 기운이 쭉 빠져버리는 경우를 방지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디자이너는 때때로 프로세스를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자를 위해 상당량의 시간을 쏟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세 번째로 ‘감정적인 정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유용성을 넘어 감정 디자인의 요소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큰 그림을 그려서 디자인이 예기치 못한 문제에도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마지막으로, 디자인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특징들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와 엔딩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겁니다.
경험’과 ‘기억’의 차이, 그리고 그들이 연관된 방식을 잘 이해한다면 더 복잡하고 세심한 경험을 창조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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